금산사에 와서 국보62호와 미륵부처님을 만났습니다.
산사에서 조용하게 가야금 연주를 들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금산사!
2018 전통산사 문화재활용프로그램
내 삶의 쉼표, 마음 쉬는 금요일

치열하게 살수록 간절해지는 바람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기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보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삶의 주인 되기!
속도와 정보가 일상의 판을 짜면서 ‘빠름’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경쟁에 매이고 시간에 쫓겨 살며 쉼을 원하면서도 쉬지 못하고, 멈춤이 필요한 순간에도 질주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문화재를 통해 깊은 쉼과 위안을 얻고, 내 안의 참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금산사 전통산사 문화재활용프로그램 ‘마음 쉬는 금요일’입니다. 한국 문화재의 65% 이상이 불교 문화재라고 합니다. 전통산사는 건축물이나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입지의 배경이 된 산세나 계곡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회화작품·석조물·불상 등을 통해 시대의 특징을 다양한 형태의 유산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금산사는 문화재의 보고, 국보 미륵전 62호를 비롯 10점의 보물이 있습니다. 금산사에 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웅장하고 장엄한 미륵전을 잊지 못할 겁니다. 미륵신앙의 근본도량 미륵전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는 오늘 우리들의 삶에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4월 27일~28일에 열린 국보 62호 미륵전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함께 나눕니다.


<오리엔테이션-만나서 반갑습니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 흥분과 감격의 기운을 안은 채 전국 각지에서 36명이 모였습니다. 부모, 형제자매, 부부, 동료, 이웃이 함께 오기도 하고 혼자서 호젓이 떠나온 이도 있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 직업, 종교를 떠나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마음 쉬는 금요일’은 산사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며 위로와 행복을 나눕니다. 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 지금 당장 여기에서 의미를 찾고 자유를 누리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봄바람과 봄볕이 잘 드는 보제루. 프로그램과 일정 안내에 이어 운영진과 참가자들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유쾌하게, 수줍게, 따뜻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 시간, 이 자리, 이 사람들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고 만날 수 없었던 것들이 무한히 펼쳐졌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국보 이야기>
사찰의 구조는 단순한 건물의 나열의 아닙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지어진 공간이란 없습니다. 절집이 거쳐 온 역사와 문화가 건물 곳곳에 가치 있는 의미로 숨겨져 있습니다.국보62호 금산사 미륵전은 미륵보살로부터 유식사상이 담긴 8간자와 9간자를 받은 진표율사의 체험을 형상화한 건물입니다.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알아차리는 의식(識·consciousness)뿐’. 그냥 알아차리는 자리. 지금 여기에 늘~ 머무르고자 하는 실천적인 사상이 유식입니다
미륵전은 왜 3층으로 지었으며, 미륵부처님은 키가 어찌 그리 큰지, 1250여 년 전, 넓으나 넓은 땅을 두고 하필이면 연못을 숯으로 메워서 부처님을 모신 이유는 무엇인지, 미륵부처님이 56억 7천만년 후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권력다툼에 휘말린 후백제의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미륵전에 유폐되었다는 사연은 무엇인지? 불단 아래의 거대한 청동대좌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는지? 조춘희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궁금증을 풀고, 흥미진진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보물솟음Book 만들기>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국보 미륵전.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팝업북을 만드는 재미와 더불어 미륵전의 조형미를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성껏 3층 건물을 올리고,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미륵부처님을 모시고, 스토리를 완성시켜주는 인물들을 세웠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스님과 자원봉사자의 손도 빌리고, 옆 사람의 도움도 받아가며 모두가 미륵전을 완성시켰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미륵전의 보물이 오롯이 솟아났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보물솟음Book 만들기>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국보 미륵전.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팝업북을 만드는 재미와 더불어 미륵전의 조형미를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성껏 3층 건물을 올리고,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미륵부처님을 모시고, 스토리를 완성시켜주는 인물들을 세웠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스님과 자원봉사자의 손도 빌리고, 옆 사람의 도움도 받아가며 모두가 미륵전을 완성시켰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미륵전의 보물이 오롯이 솟아났습니다.


<미륵전 가야금 3중주 콘서트>
별빛 총총 달빛 은은한 봄날의 저녁, 미륵전 앞에서 듣는 가야금 현의 울림은 그지없습니다. 미륵전에 환상적인 조명이 비치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영언, 강민주, 조명숙 연주자들이 올랐습니다. 산사의 저녁 바람 끝이 차지만, 생생한 현장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합니다.
밀양아리랑, 가야금산조, 거문고독주곡, 캐논변주곡으로 이어지는 연주는 특유의 가락과 장단을 타고 미륵전 앞마당을 감동으로 물들였습니다. 한 참가자는 "국악이 이렇게 신나는 것인지 모르고 지루하고 따분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오늘 그 편견을 통쾌하게 깼다."고 했습니다.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한 콘서트도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리고, 프로그램 첫날의 일정도 마감했습니다.


<둘레길 걷기-내 마음의 푸른 쉼표>
둘째 날! 아침 햇살이 환하게 내리 비추는 산사는 청량했습니다. 조 팀장님과 함께 준비운동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숲길 포행에 나섰습니다. 팀장님은 걷기 명상은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라며 무엇을 보려고, 들으려고, 느끼려고, 알려고 의도하지 말라 고 하셨습니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느껴지는 대로 느껴보는 것! 참가자들은 발바닥의 감각을 느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었습니다.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은 가이드가 되고 한 사람은 눈을 감은 채로 안내자를 믿고 따라가는 신뢰명상도 해보았습니다. 안전하게 안내하려고 세심하게 살피는 이나, 믿고 맡긴 만큼 편안해지는 것을 체험한 이나 각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끝까지 따라와 주는 숲길을 오가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탁본체험>
미륵전을 그려보고 싶고, ‘나는 쉬고 싶다’ 멋들어지게 써보고 싶은데 그럴 만한 재주가 없다면? 탁본이 단박에 해결해줍니다. 탁본은 비석, 기와, 나무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내는 것을 말합니다. 아름다운 조각·문양 등의 탁본은 그대로 흑백의 예술품이 됩니다.
절집에서는 마음을 모으고 지금 현재를 알아차리는 수행의 방편으로도 이용합니다. 과거도 현재도 아니고 항상 여기에 머무르는 훈련인 것입니다. 서예와 탁본에 조예가 깊으신 원광 스님을 모시고 탁본을 해보았습니다. 탁본할 곳에 종이를 대고 물을 뿌려 붙인 후, 거의 마르면 솜뭉치에 먹을 묻혀 두드리는 습탁(濕拓)으로 저마다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오유지족 다식 만들기 및 차담>
맛도 멋도 일품인 다식은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널리 성행하는 차 마시는 풍습과 함께 생겨난 전통한과입니다. 세심다회 회원들과 함께 다식을 만들어 차와 함께 즐겼습니다.
송홧가루·콩가루·녹차가루·흑임자가루 등을 섞은 멥쌀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만드는 작업은 정성이 첫째입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 다식판에 새겨진 글씨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과 차담>
내 마음 바로 보게 하고, 남 마음 깊이 보게 하는 차
이 순간의 빛, 이 순간의 향, 이 순간의 맛
보려 하지 않고, 느끼려 하지 않고, 알려 하지 않고
다만 볼 뿐, 느낄 뿐, 알 뿐!
수행이 삶이고 삶이 곧 수행인 스님을 만나는 시간은 지혜의 샘이 되기도 하고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금산사 주지 성우 스님께서 바쁘신 중에도 자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차의 종류와 효능과 스님께서 마시는 차에 대한 말씀을 재미나게 해주셨습니다. “차가 지닌 색, 향, 맛을 오롯이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것이 명상이지요. 차를 통해 인간의 심성이 차의 색처럼 맑아지고, 차의 향처럼 향기로워지며, 차의 맛처럼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수행입니다.”
보제루에 스님의 말씀과 함께 차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알아차림으로 현재 순간에 깨어 있어라. 차를 마시는 순간순간, 걸음 걷는 순간순간 모든 동작 알아차려 감정과 생각을 덧붙이지 않으면 현재 순간에 늘 깨어 있으니 이미 지나간 과거와 있지도 않은 미래로 마음이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고 자리를 갈무리했습니다.
<나눔 및 회향>
1박 2일의 여정이 꿈결같이 지나갔습니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소감을 나누었는데 '감사' '행복' 이란 말이 풍성했습니다. 누군가는 문화재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누군가는 지적욕구 충족을, 누군가는 지친 일상에 편안한 쉼을, 누군가는 활력과 감성 충전을, 누군가는 자연의 품에서 넉넉한 위안을 얻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서로 배려하고 알게 모르게 배웠던 참가자들, 모두가 함께 한 시간과 공간이 삶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리라 짐작합니다. 각자의 삶터로 돌아가는 시간……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이 힘찼습니다. 하늘빛 또한 그지없이 쾌청했습니다.
금산사에 와서 국보62호와 미륵부처님을 만났습니다.
산사에서 조용하게 가야금 연주를 들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금산사!
2018 전통산사 문화재활용프로그램
내 삶의 쉼표, 마음 쉬는 금요일
치열하게 살수록 간절해지는 바람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기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보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삶의 주인 되기!
속도와 정보가 일상의 판을 짜면서 ‘빠름’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경쟁에 매이고 시간에 쫓겨 살며 쉼을 원하면서도 쉬지 못하고, 멈춤이 필요한 순간에도 질주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문화재를 통해 깊은 쉼과 위안을 얻고, 내 안의 참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금산사 전통산사 문화재활용프로그램 ‘마음 쉬는 금요일’입니다. 한국 문화재의 65% 이상이 불교 문화재라고 합니다. 전통산사는 건축물이나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입지의 배경이 된 산세나 계곡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회화작품·석조물·불상 등을 통해 시대의 특징을 다양한 형태의 유산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금산사는 문화재의 보고, 국보 미륵전 62호를 비롯 10점의 보물이 있습니다. 금산사에 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웅장하고 장엄한 미륵전을 잊지 못할 겁니다. 미륵신앙의 근본도량 미륵전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는 오늘 우리들의 삶에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4월 27일~28일에 열린 국보 62호 미륵전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함께 나눕니다.
<오리엔테이션-만나서 반갑습니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 흥분과 감격의 기운을 안은 채 전국 각지에서 36명이 모였습니다. 부모, 형제자매, 부부, 동료, 이웃이 함께 오기도 하고 혼자서 호젓이 떠나온 이도 있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 직업, 종교를 떠나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마음 쉬는 금요일’은 산사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며 위로와 행복을 나눕니다. 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 지금 당장 여기에서 의미를 찾고 자유를 누리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봄바람과 봄볕이 잘 드는 보제루. 프로그램과 일정 안내에 이어 운영진과 참가자들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유쾌하게, 수줍게, 따뜻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 시간, 이 자리, 이 사람들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고 만날 수 없었던 것들이 무한히 펼쳐졌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국보 이야기>
사찰의 구조는 단순한 건물의 나열의 아닙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지어진 공간이란 없습니다. 절집이 거쳐 온 역사와 문화가 건물 곳곳에 가치 있는 의미로 숨겨져 있습니다.국보62호 금산사 미륵전은 미륵보살로부터 유식사상이 담긴 8간자와 9간자를 받은 진표율사의 체험을 형상화한 건물입니다.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알아차리는 의식(識·consciousness)뿐’. 그냥 알아차리는 자리. 지금 여기에 늘~ 머무르고자 하는 실천적인 사상이 유식입니다
미륵전은 왜 3층으로 지었으며, 미륵부처님은 키가 어찌 그리 큰지, 1250여 년 전, 넓으나 넓은 땅을 두고 하필이면 연못을 숯으로 메워서 부처님을 모신 이유는 무엇인지, 미륵부처님이 56억 7천만년 후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권력다툼에 휘말린 후백제의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미륵전에 유폐되었다는 사연은 무엇인지? 불단 아래의 거대한 청동대좌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는지? 조춘희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궁금증을 풀고, 흥미진진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보물솟음Book 만들기>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국보 미륵전.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팝업북을 만드는 재미와 더불어 미륵전의 조형미를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성껏 3층 건물을 올리고,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미륵부처님을 모시고, 스토리를 완성시켜주는 인물들을 세웠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스님과 자원봉사자의 손도 빌리고, 옆 사람의 도움도 받아가며 모두가 미륵전을 완성시켰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미륵전의 보물이 오롯이 솟아났습니다.
<국보 62호 리얼클래스-보물솟음Book 만들기>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국보 미륵전.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팝업북을 만드는 재미와 더불어 미륵전의 조형미를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성껏 3층 건물을 올리고,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미륵부처님을 모시고, 스토리를 완성시켜주는 인물들을 세웠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스님과 자원봉사자의 손도 빌리고, 옆 사람의 도움도 받아가며 모두가 미륵전을 완성시켰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미륵전의 보물이 오롯이 솟아났습니다.
<미륵전 가야금 3중주 콘서트>
별빛 총총 달빛 은은한 봄날의 저녁, 미륵전 앞에서 듣는 가야금 현의 울림은 그지없습니다. 미륵전에 환상적인 조명이 비치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영언, 강민주, 조명숙 연주자들이 올랐습니다. 산사의 저녁 바람 끝이 차지만, 생생한 현장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합니다.
밀양아리랑, 가야금산조, 거문고독주곡, 캐논변주곡으로 이어지는 연주는 특유의 가락과 장단을 타고 미륵전 앞마당을 감동으로 물들였습니다. 한 참가자는 "국악이 이렇게 신나는 것인지 모르고 지루하고 따분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오늘 그 편견을 통쾌하게 깼다."고 했습니다.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한 콘서트도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리고, 프로그램 첫날의 일정도 마감했습니다.
<둘레길 걷기-내 마음의 푸른 쉼표>
둘째 날! 아침 햇살이 환하게 내리 비추는 산사는 청량했습니다. 조 팀장님과 함께 준비운동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숲길 포행에 나섰습니다. 팀장님은 걷기 명상은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라며 무엇을 보려고, 들으려고, 느끼려고, 알려고 의도하지 말라 고 하셨습니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느껴지는 대로 느껴보는 것! 참가자들은 발바닥의 감각을 느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었습니다.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은 가이드가 되고 한 사람은 눈을 감은 채로 안내자를 믿고 따라가는 신뢰명상도 해보았습니다. 안전하게 안내하려고 세심하게 살피는 이나, 믿고 맡긴 만큼 편안해지는 것을 체험한 이나 각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끝까지 따라와 주는 숲길을 오가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탁본체험>
미륵전을 그려보고 싶고, ‘나는 쉬고 싶다’ 멋들어지게 써보고 싶은데 그럴 만한 재주가 없다면? 탁본이 단박에 해결해줍니다. 탁본은 비석, 기와, 나무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내는 것을 말합니다. 아름다운 조각·문양 등의 탁본은 그대로 흑백의 예술품이 됩니다.
절집에서는 마음을 모으고 지금 현재를 알아차리는 수행의 방편으로도 이용합니다. 과거도 현재도 아니고 항상 여기에 머무르는 훈련인 것입니다. 서예와 탁본에 조예가 깊으신 원광 스님을 모시고 탁본을 해보았습니다. 탁본할 곳에 종이를 대고 물을 뿌려 붙인 후, 거의 마르면 솜뭉치에 먹을 묻혀 두드리는 습탁(濕拓)으로 저마다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오유지족 다식 만들기 및 차담>
맛도 멋도 일품인 다식은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널리 성행하는 차 마시는 풍습과 함께 생겨난 전통한과입니다. 세심다회 회원들과 함께 다식을 만들어 차와 함께 즐겼습니다.
송홧가루·콩가루·녹차가루·흑임자가루 등을 섞은 멥쌀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만드는 작업은 정성이 첫째입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 다식판에 새겨진 글씨대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였습니다.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과 차담>
내 마음 바로 보게 하고, 남 마음 깊이 보게 하는 차
이 순간의 빛, 이 순간의 향, 이 순간의 맛
보려 하지 않고, 느끼려 하지 않고, 알려 하지 않고
다만 볼 뿐, 느낄 뿐, 알 뿐!
수행이 삶이고 삶이 곧 수행인 스님을 만나는 시간은 지혜의 샘이 되기도 하고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금산사 주지 성우 스님께서 바쁘신 중에도 자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차의 종류와 효능과 스님께서 마시는 차에 대한 말씀을 재미나게 해주셨습니다. “차가 지닌 색, 향, 맛을 오롯이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것이 명상이지요. 차를 통해 인간의 심성이 차의 색처럼 맑아지고, 차의 향처럼 향기로워지며, 차의 맛처럼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수행입니다.”
보제루에 스님의 말씀과 함께 차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알아차림으로 현재 순간에 깨어 있어라. 차를 마시는 순간순간, 걸음 걷는 순간순간 모든 동작 알아차려 감정과 생각을 덧붙이지 않으면 현재 순간에 늘 깨어 있으니 이미 지나간 과거와 있지도 않은 미래로 마음이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고 자리를 갈무리했습니다.
<나눔 및 회향>
1박 2일의 여정이 꿈결같이 지나갔습니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소감을 나누었는데 '감사' '행복' 이란 말이 풍성했습니다. 누군가는 문화재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누군가는 지적욕구 충족을, 누군가는 지친 일상에 편안한 쉼을, 누군가는 활력과 감성 충전을, 누군가는 자연의 품에서 넉넉한 위안을 얻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서로 배려하고 알게 모르게 배웠던 참가자들, 모두가 함께 한 시간과 공간이 삶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리라 짐작합니다. 각자의 삶터로 돌아가는 시간……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이 힘찼습니다. 하늘빛 또한 그지없이 쾌청했습니다.